배우고 알게 되어 감사해요
프로젝트

소식지 2023년 5월호(258호)

<정신건강 상담공부>

4월 5일 '배우며 깨우치며 살아가는 인생 길'

배우고 알게 되어 감사해요

이주영

 

내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를 알 수 있으려면 타인의 어떤 말에 불편한지 보라는 말이 있다. 나의 관심사는 하도 여러 가지라 무엇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결론짓지 못하지만 어떤 말이 듣기 싫고 불편한지를 생각해보니 그건 ‘모른다’는 말이었다.

 

“이것도 몰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어렸을 때 어른들이나 터울이 큰 언니, 오빠에게 곧잘 듣던 말이다. 어른들이 아는 걸 어린이가 알면 그것이 특별한 일이니, 모르는 것이 자연스런 일인데도 나는 모른다는 것이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알려고 하고, 책도 읽었다. 특히 백과사전 같은 종류를 좋아했던 것도 그런 연유가 아니었나 연결 지어본다.

 

때로는 아무 근거는 없지만(느낌에 근거가 어디 있을까?) 그냥 내 느낌을 말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냈니?"하는 감탄은커녕 엉뚱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모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느낄 수도 있고, 어떠한 것도 가능하다는 걸 알아주고 허용이 되었더라면 나는 아주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는 어린이가 됐을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 나에게 대놓고 “이것도 모르냐?”고 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기억나는 대로 말했는데 상대가 “그거 맞아?”라고 되물어볼 때가 종종 있다. 의심해서도 아니고 자연스럽고 순수한 대꾸로 하는 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기억이 틀렸을까 봐, 얼른 “확실하진 않다”는 말을 덧붙인다.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맞고 틀릴 게 없는데도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신경이 쓰인다. 

 

몸은 어른인데도, 마음에는 어릴 적 들었던 퉁박스런 말로 난 생채기가 아직 있다. 누구라도 내게 “몰랐어?”하고 되물을 수 있고 지적할 수도 있는데, 거기에다 대고 “나한테 친절하게 말해요. 나는 아직 연약한 아이에요”라고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아~ 그렇군요. 몰랐어요. 이번에 알게 되어 감사해요.”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 마음에 자리를 비워 놓아야지. 모른다는 걸 인정해야 알 수 있다. 빈 그릇인데도 뭔가 들어있는 듯이 굴면 채워 넣지를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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