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망대와 전쟁

소식지 2022년 6월호(249호)

<여성의 눈으로 건강하게 성서읽기>

4월 27일 

내 마음 속 망대와 전쟁

정은선

 

재작년에 잠시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했다가 그만뒀다. 그 후 혼자 신약성서를 읽었고 지금은 그때보다 신앙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분명해졌다. 이제 ‘믿는다’ 여겨지다가도 흔들리고 의심하는 상태를 얘기해보고 싶어 모임에 참석했다.

 

누가복음 14장 뒷부분에는 <제자가 되는 길>이란 소제목이 붙은 구절들이 있다. 예수님이 자신의 제자가 되려면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그리고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며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는 두 가지 비유에 이어 “너희 중의 누구든지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고 하신다.

 

28~30절의 비유는 ‘망대를 세우려 할 때도 자기가 가진 것으로 준공을 할 수 있을지 계산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이고 31-32절은 ‘1만 명 지닌 임금으로 2만 명 거느리고 오는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갈 때 대적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비유 뒤에 바로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려야 한다는 말씀이 이어지는데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앞의 비유는 내가 가진 것을 파악하라는 뜻인데 연결이 되지 않는 듯 보였다.

 

내가 성경 속 비유를 통상적 차원으로 해석했음을 깨달았다. 성경말씀은 통상적인 내 것을 버리고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내 믿음은 망대의 기초도 못 쌓은 상태 같다. 내가 교회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식탁 위에 놓인 성경책도 못마땅해 하는 남편의 반응에 내 의지가 스르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망대와 전쟁을 하나님 나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특히 내 마음속의 ‘십자가’라 생각해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는 것으로 감당하기에는 턱없는 일들이다. 그러니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모든 소유를 버린다 함은 단순히 재산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중요하다 여겨온 모든 것들 그리고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의 틀까지 버리고 바뀌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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